본문 바로가기

세계여행/북아메리카

콘크리트가 삼켜버린 Niagara Falls / Summer with Amtrak #9 / Aug. 10, 2012

Aug. 10, 2012


Buffalo. 몇 일 전만 해도 Buffalo하면 멸종위기의 물소나 떠올렸겠지만 이제는 내가 몸을 싣은 Amtrak의 행선지이기도 하다. Niagara 폭포는 너무나 유명해서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지만 이 거대한 폭포가 Buffalo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있지 않다. 나 또한 Niagara Falls가 그렇게 불리우는 이유가 Niagara라는 지역에 위치해서 인줄로 알았으니.


Amtrak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새벽 2시 쯤에야 Buffalo라는 소도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기위해 미리 돈을 지불한 숙소는 Amtrak역과 꽤나 멀리 떨어져있었지만 이 시간에 도심으로 향하는 대중교통이 있을리 만무했다. 늦은 밤, 지친 여행자들로 가득한 Buffalo의 아담한 Amtrak역에 앉아 자판기 과자를 까득까득 씹으니 국내에서 무전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뒤이어 인생 뭐 있어, 라며 역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지불한 숙박료가 아까웠다. 물론 하나 둘 제 갈길 떠나는 여행자들 덕분에 슬슬 횅해지는 역사가 조금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 때문에 역과 도심을 잇는 택시를 부르는, 나로선 꽤나 큰 출혈을 감수해야만 했다.


오밤중에 불러서인지 조금 부루퉁한 택시기사를 떠나보내고 숙소를 찾는 일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 택시는 숙소 가까이에 날 태워다 주었고 난 돈지랄이 여행을 얼마나 쉽게 만드는지 다시금 실감했다. 비몽사몽간에 도착한 숙소 앞에서 나는 굳게 잠겨버린 대문에 잠시 당황과 좌절을 느꼈지만 마침 밖에 나와있던 친절한 여행객 덕에 무사히 check in 할 수 있었다. 잠을 깨 돌이켜보니 어쩌면 날 객사에서 구한 건지도 모를 그 친절씨에게 감사의 말도 충분히 전하지 못한 것 같다. 어쨋든 본격적인 Buffalo, 그리고 Niagara Falls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Buffalo의 시내 모습. 작은 도시지만 나름 경전철도 죽죽 뻣어있는, 있을 건 다있는 모양새다. New York City란 초거대 도시에 있다가 이런 곳에 오니 정겨운 느낌마저 든다. 언제 와봤다고.




시내에서 폭포까지 거리는 꽤 멀었지만 다행히 버스가 있어 버스를 타고 Niagara Falls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사진은 버스에서 내리고 만난 작은 조형물. Canada와 국경을 접한 도시니 나란히 놓인 저 국기들은 이해하겠다. 그런데 저 초라한 자유의 여신상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건지. 난 실소를 머금고 국경을 향해 걸었다. Niagara Falls는 Canada 방향에서 봐야 제맛이라고 하기에.




국경을 넘는 자동차들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선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아직까진.




Pedestrian to Canada. 자동차가 없는 나는 걸어서 Canada로 향했다. 맙소사, 국경을 넘는 일이 이렇게 쉬운 일일 줄이야. 입국장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지만 권총을 찬 경찰 한 명만이 입국장을 지키고 있다.




미국쪽보다 저편에서 Niagara 폭포를 더 잘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Canada로 향하는 Rainbow Bridge위에서.




확실히 Canada쪽으로 갈수록 폭포가 잘 보이긴 한다.




Canada땅을 처음으로 밟고 펼쳐진 풍경속에서 난 알 수 없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휩싸였다. 오늘 날씨가 쨍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그보다는, Niagara Falls! 하면 느껴졌던 장엄함과 대자연의 신비로움, 베일에 쌓인 그 무엇-, 이런것들이 느껴지지 않아서 일 것이다. Niagara Falls를 둘러싼 Casino와 Hotel, 그리고 쭉쭉 뻗은 다리와 도로- Niagara Falls는 이런 콘크리트 덩어리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알몸으로 쏟아진다.




거대한 인공매스 사이에서 분투하는 Niagara Falls. 대자연의 신비는 종적을 감추었다.




어쨋든 계획했던 것은 해야한다. 미련을 이런곳에 남겨둘 순 없지. 나도 저 스머프들 중 하나가 되어 배, 안개 아가씨호에 올라탔다.




배에 올라타자 방금 전에 건넜던 Rainbow Bridge가 잘 보인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내 눈을 사로잡는 건 강위로 둥둥 떠다니는 이름모를 부유물질들. 이미 Niagara Falls에 대한 내 이미지는 썩 좋지 않다.




그래도 장관은 장관이다. 오른편으로 Niagara Falls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노란색 사람들의 행렬도 어렴풋이 보인다.




이것이 Niagara Falls 중 백미라고 하는 Horseshoe Fall이다. 반짝이는 거대한 커튼이 굉음과 함께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흠뻑젖은 스머프들.




때마침 새들이 편대를 이루어 비행쇼를 보여준다.




배에서 내린 후 Canada 쪽에서 바라다 본 미국령 American Falls.




그리고 Horseshoe Falls. 마치 배를 집어삼키는 듯 하다.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어차피 다시 Toronto로 향할 계획이지만 Toronto로 향하는 버스(Megabus)를 타기위해 건너가야 했다. Rainbow Bridge를 건너며 상기되는 콘크리트 덩어리들에 씁쓸한 마음도 들었지만 저곳은 내 땅도 아니고 내 고국도 아닌 그냥 여행지. 나는 Canada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간다. Canada로. 버스를 타고. 평생 느껴보지 못한 경험, 그리고 앞으로도 느끼기 힘들 이 느낌을 잊지 않기위해 나는 애썻다. 국경이 버스를 타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을 수 있는 것이었다니.  바람에 대한 화답일까,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개고 있다. -by 시각